⟪깃털과 이끼⟫ 10.25(토)~12.14(일) ****

지금, 우리의 숲과 강, 바다가 빠르게 달아나고 있다.

개발과 기후 변화 때문에 줄어들고 거칠어지는 땅과 물, 멸종을 앞둔 동물의 모습은 결국 우리의 삶 마저 황폐하게 만든다.

우리는 녹는 빙하의 북극곰을  걱정하고, 플라스틱, 화석 연료, 오염 같은 문제를 비판하지만 기후 위기 이야기는 무겁고 불타는 이미지로 가득했다.

다른 이야기와 이미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자연의 회복력을 믿고, 인간 중심의 생각을 넘는 ‘재야생화(rewilding)’라는 방식을 주목한다. 이는 자연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생태를 복원 방법이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한 존재의 힘과 활동을 ‘알아차리는’ 기술이다.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는 곳에서 숨 쉬는 작고 여린 존재로부터 그 안에 담긴 미래의 풍요로움을 상상하는 일이다.

소설가 어슐러 K. 르 귄이 사냥꾼의 영웅담 대신, 채집꾼의 일상 이야기를 제안했듯이 말이다. 채집 가방 속엔 씨앗, 열매, 이파리처럼 작고 다양한 것들이 뒤섞여 있고, 그 속에서 관계, 얽힘, 상실, 변형 같은 실존과 경험의 이야기가 태어난다.

우리는 숲, 강, 바다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는 채집 가방을 꾸려야 한다.

깃털은 사라진 동물의 흔적으로, 깃털만 남기고 멸종한 동물에 대한 은유이다.

본 전시에 초청하는 김동수의 《감기 걸린 날》에서 어린이가 발견한 것이기도 하다. 다운 점퍼에서 나온 깃털을 보고 동물의 상황을 알아차린 것처럼, 기후 위기의 원인 중 하나인 인간과 동물의 잘못된 관계를 환기시킨다.

이끼는 망가진 숲이 회복될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재야생화의 지표 식물이다. 이끼는 지면을 얇게 덮어 낮은 곳의 공기의 흐름을 바꾸고 이를 통해 지구의 순환을 바꾸는 강한 회복의 힘을 가진다.

또한 습기를 머금어 분해 작용을 하는 작은 미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때 숲에 떨어져 있는 깃털은 씨앗, 미생물을 실어 날아가는 메신저로 변모한다.

이번 전시에 초청한 7명의 그림책 작가는 자연의 상태에 관한 경고와 성찰뿐만 아니라, 망가진 지구 위에서 회복을 위한 발견, 우정과 협력을 쌓아가는 이야기와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김종연 선생님의 도움으로 카슨 엘리스의 《사랑 사랑 사랑》의 원화와 《와일드우드 연대기》의 표지를 선보일 수 있었다.

기후-환경을 주제로 하는 경기도서관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 채집된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 공동체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